안녕하세요. 일상 속 경제 현상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자본주의 시장의 숨은 기회와 위기를 짚어드리는 [경제적 자유]입니다.
몇 년 전, 남태평양 사이판 여행 중 숙소 앞 작은 식당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생참치'를 맛본 적이 있습니다. 입안에서 눈처럼 녹아내리던 그 황홀한 맛을 경험한 이후로는, 국내 식당의 꽁꽁 언 냉동 참치에는 아예 손조차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동해안에서 눈을 의심케 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토록 귀한 생참치가 수백 마리씩 그물에 잡혀 올라오고 있지만, 어민들은 이를 팔지 못하고 다시 바다로 버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속초와 외옹치 해수욕장 해변에는 버려진 참다랑어 사체들이 밀려오는 안타까운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경제적 낭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동해 '참치의 눈물' 사태를 통해 낡은 규제가 어떻게 시장의 발목을 잡는지, 그리고 이를 타개할 경제적 해결책은 없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1. 20년 전 규제에 갇힌 '황금 어장'
수온 상승으로 인해 한반도 주변 해양 생태계가 급변하면서, 동해안의 참다랑어 어획량은 과거 대비 무려 16배나 폭증했습니다. 최근 강원도 강릉 주문진항과 동해 묵호항 등에서는 하루에만 140kg이 넘는 대형 참다랑어 수백 마리가 위판장에 쏟아졌습니다.
문제는 '어획 할당량(쿼터)'입니다. 참다랑어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라는 국제기구에서 국가별로 잡을 수 있는 양을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강원도의 현실: 올해 할당량인 449t이 일찌감치 동났습니다. (이마저도 원래 92t에서 두 번이나 영혼까지 끌어모아 추가 배정받은 수치입니다.)
경상북도의 현실: 올해 쿼터량 520t 중, 조업 단 하루 만에 절반에 육박하는 233t이 잡혀버렸습니다.
쿼터가 소진되면 그물에 들어온 참다랑어를 위판장에 내다 팔 수 없고 다시 바다로 방류해야 합니다. 하지만 성질이 급한 참다랑어는 그물에 걸려 빠져나오려는 과정에서 이미 대부분 폐사해 버립니다. 어민들은 돈이 되는 물고기를 눈앞에서 버려야 하고, 바다는 사체로 오염되는 최악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2. 기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의 덫
현재의 참다랑어 쿼터 기준은 무려 20년 전의 해양 환경과 어획량을 바탕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 구분 | 20년 전 (규제 제정 당시) | 현재 (2026년 기준) | 경제적 결과 |
| 해양 환경 | 한류성 어종 중심 | 수온 상승으로 아열대성 어종(참치) 급증 | 시장 공급 잠재력 폭발 |
| 조업 방식 | 참치 조업 시도 자체가 적음 | 타 어종 조업 중 자연스러운 '혼획' 발생 | 의도치 않은 어획과 폐사 증가 |
| 제도 및 규제 | 과거 데이터 기반의 엄격한 쿼터 | 쿼터 초과 시 전면 판매 금지 및 방류 |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 증발 |
기업으로 치면, 엄청난 수요와 생산 능력을 갖추고도 20년 전 정부가 정해준 생산 한도 때문에 공장 가동을 멈추고 완성된 제품을 폐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3. 이 귀한 참치, 경제적으로 살릴 방법은 없을까?
그렇다면 이 안타까운 상황을 타개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국가 간 쿼터 거래(Trade) 시스템 도입: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듯, WCPFC 회원국 중 참다랑어 쿼터를 다 채우지 못하는 국가(주로 조업 능력이 떨어지는 국가)의 남는 쿼터를 대한민국이 비용을 지불하고 사 오는 '쿼터 매입'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외교적 협상과 쿼터 재산정: 정부는 기후 변화로 인한 어군 이동이라는 명백한 과학적 데이터를 무기로, 국제기구 테이블에서 한국의 기본 할당량 자체를 대폭 늘리는 외교적 총력전을 펼쳐야 합니다.
생참치 관광 특구 개발: 만약 쿼터 문제가 해결된다면, 속초나 강릉 일대를 일본의 츠키지 시장처럼 '대한민국 생참치 투어'의 메카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수입산 냉동 참치에 의존하던 내수 시장을 질 좋은 국산 생참치로 대체하여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법과 규제는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현실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는 오히려 경제를 갉아먹는 '덫'이 됩니다.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참치 사체들은 기후 변화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도, 과거의 잣대만 들이대고 있는 경직된 행정과 외교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눈앞에 굴러들어 온 황금알을 바다에 버리는 촌극이 하루빨리 끝나고, 동해안이 신선한 생참치의 활기로 가득 찬 새로운 경제 거점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